등록 2019-07-24

Retail Market News:: (14) 고객에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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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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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7 매일경제

 

"아무리 고객이 좋다며 고른 옷이어도 제가 볼 때 아니면 서슴없이 아니라고 조언하는 편입니다. 진심을 알아주는 고객님들 덕분에 이렇게 오래 근무하고 명예도 누리네요."

국내 대표 캐릭터패션 브랜드 `오브제` 현대백화점 천호점 매장에서만 20년째 일하며 전국 상위권 실적을 지켜온 류희수 매니저(52)는 말한다.

지난달 현대백화점 창사 48주년 기념식에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에게 20년 근속 포상을 받은 류 매니저는 현대백화점 안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현대백화점이 우수 협력사원을 선발해 포상하는 `에이스 매니저`로 5회 연속 선발돼 `명예의 전당` 1호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관리해온 단골 고객만 400명이고 누적 매출도 300억원에 달한다. 귀여운 얼굴에 여전히 44사이즈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류 매니저의 출발은 늦었다. 백화점에 입사해 인사 교육을 담당했지만 결혼과 함께 퇴사하고 두 딸을 키우는 전업주부로 7년가량 지낸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직업을 선택할 여지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다른 백화점 맞춤복 매장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한 그는 이웃한 `오브제` 매장에 자꾸 눈이 갔다. 프랑스 파리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 같기도 하고 마치 예술작품 같기도 한 옷이라 한눈에 반했다. 마침 오브제 매장이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현대백화점 천호점 등에 추가되면서 류 매니저가 스카우트됐고 오브제와 긴 인연을 시작하게 됐다.

류 매니저는 "집과 가장 가까워서 현대백화점 천호점을 선택했는데 중심 상권이 아닌 지역 상권이라 오브제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처음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브제 창업자인 윤한희 감사, 강진영 디자이너와 직접 만나 고객 반응을 전달하는 등 긴밀하게 소통하며 2년 만에 전국 1위 매장으로 끌어올렸다. 직원도 당시 의상 콘셉트에 맞춰 채용했다. 기본형에 어울리는 55사이즈, 공주 같은 이미지의 44사이즈, 얼굴이 예쁜 66사이즈 등 구색을 갖춰 다양한 고객에게 관심을 끌 수 있었다.

류 매니저는 "백화점 오픈 시간보다 훨씬 일찍 출근해 준비하고, 정리를 마무리한 후 퇴근하기 때문에 매니저를 시작하고 10년간은 사생활이 거의 없었다"며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도움으로 육아를 마쳤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여자들끼리 옷은 물론 가정사에 대해 수다를 떨면서 서로 위안을 얻는다"며 "20년 단골 고객들에게 개인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진심을 다한 단골들은 친구 같은 사이가 돼서 가족과도 가지 못한 유럽 여행을 3년 전 함께 다녀온 적이 있을 정도다.

실적 좋은 매니저는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한데도 한 자리를 고수한 이유는 단골 고객에 대한 의리 때문이다.

매니저는 브랜드 본사와 판매 대행 계약을 맺은 `매장 관리자`로, 현대백화점은 2002년부터 우수 협력사원을 선발하는 `에이스 매니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협력사원(3만2000명) 중 1%에 해당하는 인원을 연 2회 뽑는다.

류 매니저는 "요즘처럼 온라인쇼핑이 확산하는 시점에 오브제처럼 디자인으로 차별화된 브랜드만이 외국 명품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다"며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보니 본사에 직언도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 성향을 바탕으로 선정한 우리 매장만의 인기 상품을 정해 완판시키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판매의 달인으로 유명하다 보니 홈쇼핑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기도 한다.

류 매니저 밑에서 일한 직원은 다른 매장 매니저 면접 때 바로 채용될 정도다.

오브제는 너무 여성스러워 부담스럽다는 선입견이 강한 기자가 인터뷰 후에 류 매니저에게 옷 추천을 청했다.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레이스원피스를 권했다. 전혀 시도해보지 않았던 스타일이었지만 의외로 잘 어울려 20년 판매 달인의 내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