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9-07-30

Retail Market News:: (15) 구찌도 립스틱 판다…화장품에 빠진 패션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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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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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도 립스틱 판다…화장품에 빠진 패션업계

조선비즈

옷보다 저렴한 화장품으로 Z세대 공략

글로벌 럭셔리 기업 케링그룹이 구찌의 화장품 사업을 본격화한다. 구찌는 6일(현지시각) 공식 홈페이지와 뉴욕 삭스피프스 애비뉴 백화점 매장에 립스틱을 출시했다. 총 58개 제품이 출시됐으며, 가격은 38달러(약 4만4000원)다.

이탈리아 명품 구찌가 출시한 립스틱. 1980년대 감성으로 젊은 세대를 겨냥했다./구찌

구찌는 시대와 문화를 초월한 패션으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복고풍과 길거리 문화를 섞은 ‘명품답지 않은 명품’이 특징. 이번에 출시한 립스틱 역시 완벽한 얼굴과 입매를 강조한 기존 화장품과 달리, 보정하지 않은 사실적인 이미지로 차별화했다. 할머니가 쓰던 것 같은 꽃무늬 케이스에, 립스틱이 치아에 묻은 광고도 선보였다.

구찌는 2014년 화장품을 출시했지만, 매출 부진으로 2년 만에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2015년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수석 디자이너로 기용한 이후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화장품 사업을 재개했다. 구찌의 작년 매출은 80억 유로(약 10조4800억원).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23억 유로(약 3조130억원)를 거뒀다. 화장품 사업을 추가한 만큼 올해 연매출 100억 유로(약 13조100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화장품은 패션기업의 사업 확장 일순위로 꼽힌다. 앞서 샤넬, 디올, 입생로랑 등이 패션과 화장품을 아우르는 종합 브랜드로 성장했다. 화장품은 옷이나 액세서리보다 가격이 낮아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까지 포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주목받는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화장법을 찍은 영상과 화장품을 자랑하는 사진이 인기다.

최근에는 친환경과 가치 소비가 부상하면서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특히 모피와 동물 가죽을 거부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들 대체할 상품으로 화장품과 운동화, 티셔츠에 주목하는 추세다. 립스틱을 출시한 구찌도 지난해부터 동물 모피 판매를 중단했다. 고가의 가죽 가방으로 유명한 에르메스도 2020년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화장품은 의류보다 해외시장 진출에 수월하다. 지난 2월 신세계면세점 연작 매장에 방문한 중국 왕홍 옌거마마./신세계인터내셔날

명품만이 아니다. 자라, H&M 등 SPA(제조유통일괄형 의류) 브랜드를 비롯해 국내 패션업계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178,000원▲ 1,000 0.56%)은 2012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 인수하고, 2015년 화장품 제조개발생산(ODM) 업체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한 데 이어 작년에 한방 화장품 브랜드 연작을 내놨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17년까지만 해도 패션·라이프스타일 상품이 90%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엔 영업이익의 79%가 화장품에서 나올 만큼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해 헤지스 남성 화장품을 출시한 LF (24,850원▲ 400 1.64%)는 올해 여성 화장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전문기업 한섬 (37,400원▲ 1,200 3.31%)도 올해 2월 화장품 상표 ‘타임 포스트 모던’을 신규 등록하고 화장품 사업을 공식화했다. 이 밖에도 제로투세븐 (11,100원▲ 450 4.23%), 코웰패션 (6,660원▲ 400 6.39%), 제이에스티나 (5,470원▲ 300 5.80%)등 중견 패션기업들도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패션업계가 분야를 불문하고 화장품 사업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저가의 패스트 패션과 온라인 패션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편한 것을 추구하는 스포티즘이 유행하면서 의류 판매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옷보다 마진이 많이 남고, 해외 진출이 유리하다는 것도 화장품의 장점. 지난해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에 매각된 스타일난다도 화장품 브랜드 3CE가 아시아 시장에서 인기를 끈 것이 주효했다.

LF의 헤지스 남성 화장품 ‘룰429’./LF

하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해 시장 안착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7년 화장품 생산금액은 13조5155억원으로 2012년보다 9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내 화장품 제조판매 업체는 829개에서 1만79개로 12배 이상 늘었다.

화장품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 (150,000원▼ 1,000 -0.66%)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 26% 감소했다. 로드숍의 신화로 꼽히던 에이블씨엔씨 (10,100원▲ 100 1.00%), 토니모리 (9,310원▲ 110 1.20%)등도 적자 신세다. 바닐라코를 운영하는 에프앤코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15.7%, 69.9% 감소했다. 이 회사는 패션 브랜드 MLB, 디스커버리 등을 전개하는 에프앤에프가 운영하는 자회사다.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는 "화장품 시장이 커진 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중국의 경우 자국의 화장품 업체가 약진하면서 한국 화장품의 입지가 좁아졌다"면서 "소비자들의 경험치가 높아짐에 따라 품질과 가격만으로는 경쟁이 어려워졌다. 마케팅과 문화에 대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