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장품 매장은 맥을 못춘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자리 잡은 탓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와 상관없이 잘나가는 곳이 있다. 세계적인 패션그룹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계열의 화장품 편집매장 `세포라`다.
전 세계 35개국에서 2600개가 넘는 점포를 둔 화장품 체인으로 오는 10월 한국에도 첫 매장을 연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인 크리스 드 라푸안테 사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하며 성공 비결을 이렇게 요약했다. "세포라에서 고객은 다른 곳에 없는 브랜드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전체 상품의 3분의 1을 독점 판매하고 있다. 새로 나온 제품과 틈새시장을 노리는 브랜드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그가 경영을 맡은 이후 세포라는 입점 브랜드가 약 300개로 증가했고 매출은 4배나 뛰었다. 오프라인 점포들이 몰락하고 있는 시기에 놀라운 실적이다. 지금도 그는 오프라인 매장이 세포라의 미래를 견인할 것으로 믿고 있다. "많은 이들이 소매 점포의 파멸을 말하며 점포에는 투자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소매업이 실제로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점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리노베이션을 통해 최고 수준의 점포 표준을 만들고 있다."
영국 태생인 그는 버킹엄대학에서 경제학 학위를 받고 1983년 P&G에 입사했다. 독일과 스페인 등 여러 국가에서 근무하며 실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특히 손실을 보던 터키 법인을 수익성 높은 곳으로 바꿔놓으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는 42세였던 2004년 P&G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로 헤어케어 부문 사장에 발탁되는 기반이 됐다.
그는 점포의 가장 큰 장점을 `고객 체험`이라고 강조한다. "소매점의 성공 열쇠는 고객이 직접 경험하는 데 있다. 세포라는 고객들이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장소다. 우리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정보를 전하고 영감을 주며 함께 즐긴다.
이런 체험을 온라인에서는 할 수 없다. 세포라 고객들은 온라인에서 검색하고 이곳에 와서 직접 써 보면서 고른다. 오프라인 매장은 언제나 생기가 돌고 마법이 일어나는 곳이다." 온라인과 SNS 플랫폼이 화장품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그가 말한 `점포의 마법`이 통할까. 올 연말 쇼핑 시즌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2019.08.01 매일경제)